앤아버에 온지 벌써 2 년이 되었고 이제 떠나게 되었습니다. 떠나면서 재미있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항상 걱정만 하는 저에게 영성이형이 걱정몬이라고 부르더군요.
참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 찬 2 년이었습니다.
처음에 참 많은 계획을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컨택 후 연구학점으로 학기를 시작하고, RA 를 받고, 성적을 잘 받아서 안정적인 펀드하에 박사를 어플라이 하고...그러나 그 나름의 계획은 처음부터 틀어졌습니다. 두 달이 걸린 연구실 컨택, 적응도하기전에 홀로 내던져진 프로젝트, 꼬여버린 등록금 문제 등 시작부터 제가 생각한 그림에서 철저하게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에게는 나의 뜻을 벗어난 일들은 모두, 좋은 일은 요행일뿐이고, 나쁜 일은 나의 부족함의 상징이었습니다. 나와 나 외의 변수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하나님은 내가 생각하는 그림을 그리기위한 말 안듣는 도구였습니다. 지원조차 하지않은 직장에서 오퍼를 받은 것 또한 요행이었고, 이후 11 개월간 기다리는 시간 또한, 내 힘으로 이루지않은 성과를 견뎌내는 불안함 그 자체였습니다. 자신있었던 연구는 버거워지고, 확정된건 없는데 기숙사계약은 끝나고, 갑자기 맹장수술로 병원빌 걱정에 그저 덜덜 떨면서 있었습니다. 나는 못합니다. 나는 못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못합니다.. 거기까지 가서야 겨우 한마디를 추가했습니다. 주님이 하십니다.
역시나, 이후의 과정도 제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었습니다. 갑자기 삼주뒤에 근무하라고 하고, 일주일전에 확정 레터를 받고, 급히 집을 알아보고... 그다지 제가 좋아하는 방식은 아니였습니다. 다만, 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기에, 주님의 계획이라고 할수밖에없고, 내힘이 아니기에 불안함이 아닌 감사로 채우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약간은 어색하지만) 나와, 대립하는 변수들로 이루어진 세상이 아닌, 주님과 동행하는 나로 이루어진 세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어느 것 하나 제 뜻대로 되지 않았기에, 은혜로 가득 찬 2 년이었습니다. 마시고 보니 포도향이 납니다.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요한복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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