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앤아버에 온 지도 벌써 5 년째가 되어가는데, 그 간의 앤아버에서의 처음 시작한 신앙의 삶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미국에 오기 전 워킹맘으로, 윤아는 친정엄마에게 완전히 맡기고 남편과는 주말부부로 지내며 편한 친정살이를 해 왔습니다. 오랜 꿈이었던 남편의 유학결정으로 저도 다니던 회사에 잠시 휴직서를 내고 미국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제가 비행기를 타기 이틀전에 생각지도 않았던 임신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 그렇게 떨리는 마음을 안고, 두 돌 되기 딱 1달전인 윤아를 무릎에 앉히고, 뱃속의 윤서와 함께 진땀을 빼며 이곳까지 왔습니다. 저의 상상과는 거리가 먼 미국이라는 나라는 편리한 삶에 익숙해져있던 저에게 불편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의사소통의 한계로 밖에 나가기도 두려웠습니다. 처음 정착할 때, 교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고, 남편의 권유로 제가 가보지도 않던 교회에 가게 되었을 때, 저는 세상에서 제일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찬양이 흘러나오는데 눈물이 흘러나오고, 말씀이 마음의 위로가 되고, 저를 가족보다도 더 가족같이 따뜻하게 맞아주는 교회 성도님들을 보고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좋은 공동체를 만나서 외롭지 않았고 서로의 삶을 나누며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면서 만나며 사랑하며를 통해 좀 더 진지하게 하나님을 알아가고, 예배와 성경공부를 통해 말씀을 배우는 귀한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게 되었습니다. 윤서의 출산을 앞두고, 제 삶에서 처음 붙잡았던 암송구절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이사야 41:10)은 저에게 그 어떤 고통도 없이 너무나 건강하게 윤서를 순산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육아에 힘들고 지칠 때도 많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배우며 그 마음으로 자녀들을 하나님안에서 양육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정도 여기 생활이 적응되고 살아가다가 중대한 결정을 해야할 때가 왔습니다. 저의 휴직기간이 거의 끝나서, 이제 다시 복귀를 하느냐 퇴직을 하느냐를 두고 기도했습니다. 3 년반이 넘은 시점에 남편은 논문하나 없었고, 저는 그의 앞날이 불투명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앞날도 걱정하며 남편에게 복귀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저와 맞서 계속 가지 말라던 남편이었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꾸고 어느 날 저를 한국으로 보내주겠다고 하자, 오히려 가고싶던 저의 마음이 이상하게 누그러지고, 이 문제는 남편과 저, 어느 한쪽이 하고싶은 대로 결정하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이번엔 정말 하나님 말씀을 따라보자고 했고, 계속 말씀을 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는 말씀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흘러 회사에 통지를 줘야하는 당일 날 수요예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남편은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기도하고, 말씀을 받으러 가보겠다고 처음 수요예배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말씀은 “부모를 떠나라 부부가 한 몸으로 살지인데..” 라는 말씀이었고, 남편은 저에게 가지말라고 하나님이 주신 말씀이라며 떨어지면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씀이 원망스러웠지만, 그동안 남편과 아이들을 진심으로 챙겨주지 못하고 그 일을 마냥 힘겨워만 하며 엄마의 그늘 아래에서 편하게 지내왔던 저의 옛날 모습을 그리워하는.. 부부가 되었음에도 부모를 떠나기 싫어하는 제 모습에 큰 반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씀을 따라 이곳에서 가족이 함께 머물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시 번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많이 들었지만 끝까지 마음을 가다듬으며 마지막으로 제가 퇴직서를 제출하자, 그 다음날 남편의 논문이 드디어 Publish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말씀에 순종하는 것을 처음 해보는 순간이었는데, 이것은 곧 하나님이 저를 일깨워주신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온전한 제가 되게 하기 위해서.. 하나님과 멀어지려고 할 때, 저는 늘 앞날이 아닌 과거를 회상하고, 나 자신이 아닌, 저를 남들과 계속 비교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작지만 소중하게 키워온 제 신앙의 새싹이 조금씩이라도 더 자라날 수 있도록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큐티를 펴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